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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내력? ­

샤이니를 좋아했던 큰딸은 콘서트, 팬사인회, 각종 이벤트를 뒤쫓기도 했다. 어느날 저에게 와서 카메라를 빌려달라고 했어요. 샤이니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 딸은 중학교 2학년이에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뭐가 있을까 해서 빌려줬어요. DSLR 카메라와 500mm 반사 렌즈를. 탐론 500 밀리 반사 렌즈였지만, 반사 렌즈 중에서는 꽤 화질이 좋기로 유명한 렌즈입니다. 하지만 F값이 8부터 시작돼 손에 쥐고 찍기가 쉽지 않고 특히 밤에 찍는 것은 매우 어려운 렌즈다.저는 한번 쓰면 다신 못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샤이니의 힘은 막강했다. 팬사인회, 음악방송은 물론 야간에 열리는 야외 콘서트까지 들고 다녔다. 나보다 잘썼다. 큰애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어느날, 우리 부부에게 와서, 자신은 사진을 한다고 했다. 예술고등학교 사진과에 간다는 거예요. 뭐라고요? 아니, 사진을 한다는 건 좋은데 누가 받아주나요? 합격할 실력이 되겠어?준비할 시간도 없는데?여름 내내 뭐하나 했더니 가을에 통보가 왔다. 사진과에 붙었어. 만감이 교차했다. 그중 하나가 그때 카메라를 빌려줄 걸 그랬다.​​​


둘째딸은 일본학과에 다닙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지만 결국 그 길을 택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는 일본어 회화도 배웠습니다. 잘 읽지는 못해도 대화는 유창해졌다. 이제는 읽을 수도 있어요.둘째 딸이 잘하는 것 중 하나는 또래 아이에 비해 식물의 이름을 조금 안다는 것이다. 알꽃이 이명이고 개망초가 정명인 것도 알고 있다.진달래와 철쭉도 구별할 수 있다. 등산을 싫어하는 첫째 아이에 비해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혼자 산에 가기 싫을 때는 꼭 둘째 아이를 데리고 다녔어요. 그때마다 여러 가지로 가르쳐 주었다.며칠 전 아버지가 드신 산나물로 저녁을 먹고 있었어요. 참나무는 잎과 잎자루에 털이 많다. 특히 어릴 때는 더더욱 그렇다. 때로는 털이 떨어지지 않거나 적은 잎도 있다.몇 장 싸먹고 잎을 보며 말했다.'얘는 털이 없는데 얘는 털이 많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둘째딸이 '털이 많은 애는 콩나물 같네.' 그랬어요.순간 나는 폭소를 터뜨렸다. 지인과 나다니는 우연히 털이 많은 식물을 보고 '털'자를 붙이면서 없는 식물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만 하는 시시한 농담이에요. 하지만 둘째 딸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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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집안의 내력이 두려운 모양이다. 가족의 내력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자라난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사진을 접하게 해 식물을 보여준 것이 다른 아이들보다 사진과 식물에 대한 거리감을 없앤 결과가 됐다. 예술가의 집에서 예술가가 많이 나와 운동선수 자녀가 운동선수가 되는 경우와 같다.부모 노릇은 쉽고 어렵다 아이가 어떻게 되길 바라는 모습대로 부모가 행동하면 됩니다. 말은 쉽다.하지만 행동은 어려워요. 오늘도이문장을쓰면서한번생각해볼게요. 저는 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요?​